Updated — Aug 28 2026 06:02 PM
공군 거쳐 아시아나항공·CAE 교관 근무
한국 영공을 지키던 제트전투기 조종사 이용구(74)씨는 지난주 힘차게 말했다. “지금도 조국 하늘이 부르면 단숨에 태평양을 건너겠다.”
이렇게 말하는 공군 예비역 대령의 얼굴이 감격에 젖었다. 주름이 보일락 말락하지만 단단한 체격이 느껴지는 초로(初老 )의 모습.

예비역 공군대령 이용구씨의 현재. 사진 한국일보
작년 말 토론토로 이주한 그는 공군 중에서도 전투기, 그중에서도 무적 최신예기 F4 프리덤 팬텀 제트전투기를 조종한 ‘빨간마후라’다.
1974년 공군사관학교(4년제) 22기로 졸업한 후 임관되어 79년 미국서 조종사 훈련을 추가로 받았다. 그때부터 정찰기, 수송기, 헬리콥터를 몰았다. 마지막에 F5A 프리덤 파이터Freedom Fighter기를 책임맡는 영광을 안았다. 이를 개량한 F5AE를 거쳐 당시 최고의 위용을 떨치던 F4A 팬텀Phantom을 4년간 조종하면서 영공을 밤낮없이 지켰다. 총 2,500시간의 비행기록을 무사고로 이루었다.
대당 1억 달러(1천여 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강 ‘스텔스’ F35와는 성능차이가 있지만 한반도 상공에서는 팬텀기만한 전투기는 남북 모두가 갖지 못했다. [‘스텔스stealth’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비행기] 이 때문에 팬텀은 공군의 꽃이요, 생도들의 소망이어서 그 조종사들 역시 존경의 대상이었다.
초당 340미터=음속의 3배 정도로 빠른 전투기(F-35는 마하 2)는 조종사의 3차원적 사고를 요구한다. 또한 오랜 비행을 견딜만한 체력이 절대적이다.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지병이 있으면 안된다. 시력이 나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큰 키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칵핏(Cockpit; 조종실) 지붕이 낮고 작기 때문이다. 이 대령이 70대 중반 나이에도 불구, 단단하고 근육질을 가진 이유는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덕택이다. 신체조건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강한 인내심, 책임감, 내공(열심히 공부하고 단련)이다. 영어소통은 기본이다. 바로 한국인들에게 적합한 속성이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담력과 순간 판단력이다. 적기가 나타나서 돌진해 올 때 마음이 콩알만해져서 1초라도 판단이 늦으면 목숨을 내줄 수 있다.

조종사 시절의 이용구 대령이 애기 팬텀기 앞에서.
수많은 공군장병 중 조종사는 극히 일부 – 불과 수백명이다. 조종사는 기체부터 정비까지, 통신부터 무기 조작까지 모두 훤하게 꿰뚫는다. 물리학, 전자·전기학, 정비술 등 항공공학과 미사일 등 공격무기 취급법을 마스터한다. 이 대령이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이나 운동법칙 같은 수학, 물리 공식을 줄줄 외우는 까닭이다.
이 대령은 지난달 30일 토론토 공군전우회 피크닉에 참석했다. 작년 10월 토론토 도착 후 두 번째의 나들이에서 그는 박인채 대령(정비) 등 군 선후배를 만났고 깍듯한 예의를 지켜 더욱 환영받았다. 박 대령은 공사 4기, 18년 선배였다. 이 자리에서 이 대령은 토론토 거주 손명익 대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사 9기 수석 졸업자 손 대령은 9대로 구성된 공군의 우상 블랙 이글스Black Eagles 쇼팀의 편대장이었다. 요긴한 영어소통 능력도 으뜸.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공군참모총장감이었다.” 이 대령은 선배를 높이 평가했다.
전북 전주 태생으로 원래 외교관을 소망한 이 대령은 인생의 대부분을 타지에서 살았다. 가족은 부인과 아들 2명. 가족을 끔찍히 사랑하는 그는 아들의 캐나다 유학을 돕기 위해서 조종간을 놓았다. 조종간은 F4 팬텀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최근 대한항공에 병합)의 크고 느린 여객기였다.

이용구 대령의 현역시절
공군을 떠난 후 1998년부터 2016년까지 18년간 그는 아시아나의 기장직을 맡아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을 무한대로 날았다. 그는 한국이 IMF 재정위기를 당했을 때 캐나다에 유학중인 큰 아들의 학비를 마련할 수 없어 빨간마후라를 벗었다. 엄청나게 악화한 원 – 달러 환율 때문에 군 월급으로는 그에게 학비를 충분히 보낼 수 없었다. 아들은 유학중단을 원하는 아버지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아들의 원에 따라 아버지는 차선책으로 군을 떠나 보수가 높은 민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시아나를 정년퇴직했을 때 모의조종기(시뮬레이터)로 세계적인 CAE회사(본부는 캐나다)의 한국지사에 입사, 조종사 양성을 담당했다. CAE 외에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에서도 전세계 민항조종사들의 재교육을 맡았다. 이런 경력이 그를 아인슈타인의 E=mc²(자승) 공식 등 물리학과 수학의 지식을 대화 중에도 쉽게 구사하게 만들었다. 특이하게도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일가견이 있고 색소폰 연주도 중견급 실력이다.
*대한민국 예비역장교연합회 캐나다지구회 고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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